화장품회사 대표와의 미팅 자리였다. 내선 전화로 통 화 중이던 대표의 휴대폰이 울려 할 수 없이 대신 전화 를 받게 되었다. 휴대폰 화면에 상당히 긴 이름이 떴다.

자세히 보니 ‘강대범 C사 전략팀장 32세 독서광’이라고 적혀 있었다. 잠시 후 휴대폰을 건네니 그는 이름을 한 번 확인한 후 전화기 속 상대에게 이렇게 말했다. “어, 강팀장, 요즘 흥미롭게 읽고 있는 책은 뭔가? 자 네가 추천해주는 책이 인사이트가 있어 나에게도 도움 이 되어서 말이야.” 

 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통화가 끝나고 물었다. “연락처 저장방식이 독특하네요?” “기억력이 점점 없어져서 이렇게 해 두지 않으면 전 화가 와도 이름만으로는 누군지, 그 사람의 특징을 기 억하지 못 하거든요. 

그래서 귀찮지만 이렇게 하나하나 저장하고 있어요.” 전화 속 주인공인 강 팀장은 이 대화 후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? 

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며 안부를 묻는 대표에 게서 인간미와 친밀감을 느끼지 않았을까? 수입차 B사 딜러 중 영업실적 1등을 하는 이 팀장의 휴대폰 연락처도 비슷하다. ‘김지영 30세 여, xx530i, 홈쇼핑 오너. 23년 2월’ 이름뿐만 아니라 성별, 직업, 구입한 차량과 연도까 지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다. 이 팀장이 고객과 전화를 할 때면, “홈쇼핑 사업, 여전히 잘 되시지요? 흰색 차량 은 금방 더러워져 보이니 자주 세차해 주세요. 그래야 깔끔한 김 대표님 이미지와 잘 어울리니까요”라는 식으로 세세한 감동을 준다. 

이러한 만남 이후 나 또한 같은 방식으로 휴대폰 연 락처를 저장하기 시작했다. 기억력도, 세심함도 부족했 지만, 이젠 전화가 오면 전보다 빨리 그 사람에 대해 기 억해 낼 수 있게 되었고, 아는 척도 할 수 있게 되었다. 그랬더니 어느 순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“어머, 이런 것도 기억하고 정말 세심하네요.”라는 인사를 듣게 되 었다. 

오랜만에 전화했는데 상대방이 어정쩡한 목소리로 “누구세요?”라고 묻고, 자신의 이름을 이야기하고 나서 야 “아 네…” 하는 반응을 보이는 상황을 겪어 본 적 있 을 것이다. 그런 사람과 전화를 받자마자 “아! 지영님 반가워요. 준호(아이 이름)는 잘 크나요?”라고 묻는 사 람, 둘 중 누구에게 더 호감을 느끼겠는가? 

만일 당신이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 면, 당장 휴대폰 연락처에 기억해야 할 내용을 저장해 두는 센스가 필요하다. 휴대폰 이름에 상대방 정보를 저장하라! 

여자는 남자가 감탄할 정도로 사소한 것까지 놓치지 않고 기억해줄 때 반한다. 당신은 상대의 특징을 어떤 식으로 정리하여 기억하고 있는가? 

기억해주는 것 자체로 감동한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