김소진(제니휴먼리소스 대표)

“인생이 허무해요.” 잘 알고 지내는 한 기업 대표가 퇴임 후 함께 한 점심 식사 중에 한 말이다. 이 분은 국내 명문대학, MBA를 마치고 직장에서 고속승진하며 최연소 최고경영자(CEO)가 된 인물이다. 그런데 퇴사하고 나니 인생에서 뭘 한 건지,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.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, 잘 하는지도 모르겠다며 같이 찾아보자고 한다. 업계를 호령하던, 늘 당당했던 그의 약한 모습에 안타까움이 밀려온다.

　나는 네 살부터 피아노를 쳤다. 피아노 레슨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학교 2학년 어느 날, 갑자기 “내가 왜 피아노를 치고 있지?”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없었던 나는 부모님 몰래 피아노를 팔아버렸다.

　고등학교 2학년 때는 사진하는 선배의 모습에 반해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. 대학교 실기 시험날, 그 자리를 가득 매운 지망생들을 보고 “나는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보다 사진을 더 잘 찍을 수 있을까?”라는 질문에 실기 시험을 보지 않은 채 나와 버렸다.

이젠 뭘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, “내가 좋아하는 패션에 대해 공부해 볼까”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고 그 꿈을 안고 뉴욕으로 떠났다. 꿈에 그리던 뉴욕의 패션 전문학교인 파슨스 스쿨 앞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학생들을 보며 “내가 저들보다 잘 할 만한 재능과 자신이 있을까?”라는 질문을 던졌고 바로 답을 얻었다. 지금껏 내가 전공하려던 음악, 사진, 패션은 ‘내가 좋아하는 것’이지 ‘잘 할 수 있는 것’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.

　결국 “왜 이 일을 하고 있을까?”, “남보다 잘 할 수 있을까?”라는 질문을 통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만나게 되었고 17년째 몸담고 있는 계기가 되었다.

　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하게 안다. 그들은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 능숙하다.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중년 직장인들의 커리어 컨설팅 의뢰가 많아지고 있다. 삶을 되돌아 볼 시간조차 없이 바쁘게 살아 온 이들이다. 이젠 좀 쉬어볼까 했더니 새로운 미래가 다가와 “앞으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거야?”하고 묻는다.

　“넌 커서 뭐하고 싶어?”라고 어릴 때 어른들에게 받았던 그 질문을 이제 자신에게 던져보기 바란다. 새롭게 시작할 인생 2막의 주제? 예상대로 이미 당신 안에 있다. ‘내가 원하는 것’, ‘내가 잘 하는 것’이 무엇인지, 단순하지만 강력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보자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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